나의 삶/여행하며 느끼기

땅이 끝난다는 로카곶 (Cabo da Roca)

Nerim(느림미학) 2020. 5. 31. 10:45

유럽의 제일 서쪽 끝이라는 로카 곶(Cabo da Roca).

 

1998년 처음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처음 나가는 여행이라 겁이 나서 패키지여행 무리에 끼어 갔습니다.

패키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약 8박 9일 정도의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곳만 여행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시기도 연말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그때 당시에는 스페인이 인기가 없었는지 패캐지 여행 상품의 전체 인원이 대략 10명 정도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부담 없이 패키지치고는 오붓하게 여행을 다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다녔던 곳 중, 로카 곶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변이 완만하게 백사장으로 이어지고, 찰박찰박 파도가 치는데 반해, 이곳은 절벽으로 뚝 끊겨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말을 왜 믿었는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그곳에서 전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 

그때만 해도 감성이 살아있는 젊은이였던 모양입니다. ^^

 

그런데 포르투갈 최서단 로카 곶은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곳과는 너무나도 먼 곳이고, 비즈니스로 갈 수 있는 대도시도 아니기에 사실 그때 들었던 그 생각은 이룰 수 없겠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2017년 남편과 딸과 함께 다시 갔습니다.

남편은 로카 곶에서 제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걸 제게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딸냄이에게 얘기해주더군요. 이곳이 엄마가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곳이라고.

 

근 20년 가까이 지나 다시 찾아간 그곳의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 갔을때는 매우 황량하고 척박한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갔을 때는 관광버스 주차장부터 사람들이 따라 걸을 수 있는 보도까지 잘 정비되어 있어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절벽에서 시작되는 대서양을 바라볼 때 느껴지던 분위기만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아... 정말 내가 이곳에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왔네..."라는 느낌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의 이유' 책도 읽고,

그 김에 스페인 메노르카 여행 사진도 올리고 하다 보니, 

여행했던 이곳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왼쪽 낡은 느낌의 사진은 인화된 사진을 핸드폰으로 다시 찍은 1999년 당신의 사진이고, 오른쪽은 2017년 다시 찾아간 Cabo da Roca의 모습입니다. 

작은 빨간 등대가 같은 곳임을 알려줍니다. 

 

Cabo da Roca

 

Cabo da Roca 에서 바라본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