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들의 결혼식
친구, 동료, 친척 등 여러 결혼식을 다녔지만, 친구의 자식이 하는 결혼식은 처음입니다. 벌써 친구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혼주 지인으로 결혼식을 가게 되는구나 싶어 조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나 친척 결혼식은 나가서 사진을 찍지만 친구 자식의 결혼식은 그렇지도 않으니 옷을 어느 정도까지 격식에 맞춰 입어야 하는지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첫눈이 펑펑 내려 길이 미끄러운데 운동화를 신어도 될까 하는 소소한 고민까지요. ^^
오래간만에 결혼식 참석인 데다 친구가 혼주로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 별거 아닌 소소한 것까지 맘이 쓰이더군요.
결혼식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
혼주가 된 친구는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회사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지금은 저도 친구도 그 회사에 다니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3년 정도 그리 길지 않게 다닌 회사입니다.
회사에서 만났지만 동갑인 데다 서로 성향이 맞아 퇴사 후에도 친구로 지냈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20년이 넘으니 우리가 회사에서 만난 사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친구 남편도 같은 회사에 다녔습니다. 친구 남편은 임원까지 지내며 사실 오랜 시간을 다녔지요. 그래서 결혼식에 가보니 제가 처음 다녔던 회사분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정말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저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라는 생각만 했지 회사 생각까지는 미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가 입사 초기 근무할 때, 같은 팀에 근무했던 그때 당시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서있는데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시더군요.
함께 일할 때도 유머러스하고 잘 챙겨주셔서 좋아했던 분이었기에 너무 반가왔습니다. 순간 정말 울컥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나의 20대
당시 과장님과 함께 근무했던 그 팀은 팀원들이 서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일부는 퇴사하고, 일부는 팀이 변경되어도 한 번씩 만나 연락하며 지낼 만큼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20년 넘는 시간이 흐르니 어쩌다 흐지부지 되었기에 정말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첫사랑을 만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울컥하는 마음까지 드나 스스로 의아했습니다.
한창 젊고, 혈기 왕성하고 밝았던 20대의 나로 순간 확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고, 어떻게 지내냐 물어주는 사람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그저 나.
내가 뭘 좋아하고,
내가 뭘 하고 싶고,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보다는
남편과 아이의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
남편과 아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뒷전입니다.
그렇게 나를 뒷전으로 놓고 오랜 시간 보내, 나를 잊어가는 지금
문득 나에게 확 다가온 나의 20대가 나를 울컥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나도 이렇게 회사 동료들과 어울리며
활기차게 일하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있어야 남편도 자식도 있는 것이겠지요.
나를 좀 더 보살피고 관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울컥 올라온 눈물을 통해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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