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페인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한국은 지낼만한지..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지..
본인들은 세마나 산타 연휴로 아이들 온라인 숙제도 없어진 휴가 기간이라고.
그제야 아.. 세마나 산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3월 말 또는 4월에 세마나 산타 기간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부활절이 더 친숙한 용어겠지만, 스페인에서는 성주간 (세마나 산타)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천주교를 믿는 스페인은 이 주간이 매우 중요한 연례행사 기간이고, 실제로 매우 큰 행사들이 치러진다.
특히, 크고 유명한 대성당이 있는 도시들의 경우, 그 행사 규모가 매우 크고 웅장하다. 행사의 일정표인 언제 어디를 행렬이 지나가는지 행사 시간표가 공개되기 때문에 스페인 내에서도 구경 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우리도 이 기간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들린 식당이 대성당 입구로 가는 길목에 있어 운 좋게 행렬을 보게 되었다.
행렬의 앞에는 보통 나사레노 (Nazarenos)라고 부르는 로브와 고깔모자 같은 것을 쓴 사람들이 앞장선다.
3, 4 살 꼬마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고깔모자 같은 것을 쓰는 것은 회개의 의미가 있다고 하며, 성당마다 고깔모자의 색상이 바뀐다고 들었다.
그런데 사실 처음 봤을 땐 조금 무서운 느낌도 있었다.
(뉴스에서 본 두건 쓴 모습은 대부분 안 좋은 것들이라. ㅠㅠ 역시 이미지가 중요하다. 나쁜 선입견이 작용할 뻔했다. )
나사레노들은 대부분 큰 촛대를 가지고 있고, 밤에는 이 촛대에 불을 켜 행진을 하기 때문에 행렬이 지나간 다음날 보면 바닥에 무수히 많은 촛농이 떨어져 있다.
이 행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리아상이다. 각 성당마다 아름답게 장식하고자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크고 무거운데, 아래에 코스탈레로 (Costaleros)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직접 들고 나르는 것이다. 대부분 지원자 중 선발되면 참여할 수 있으며, 종교적 의미가 있어 경쟁률도 높고, 뽑혀서 해당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 있어한다고 들었다.
이 행렬은 매우 오랜 시간 천천히 진행되는 행사이다.
직접 보니 빨리 가려고 해도 빨기 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행렬의 참여 인원도 많고, 무엇보다 들고 움직이는 예수상이나 마리아상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그래서, 행렬을 하는 길에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이 나사레노와 코스탈레로에게 무료로 물과 화장실을 제공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있던 식당에도 나름 운영 요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물을 요청하니 식당 주인이 흔쾌히 전달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스페인 내에서는 무척 중요한 행사인데 우습게도 이 행사하는 날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페인은 사실 거의 비가 오지 않는데, 하필 이 날은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단다.
수능날 춥다는 징크스 같은 것일까?
그런데 올 해는 이런 행사도 없이 모두 집에서 가족 방문도 없이 지낼 모습을 생각하니 많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른 이 사태가 마무리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