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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을 하며 든 여러 생각들

저녁 산책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저녁 산책을 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금요일 밤에도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10시가 약간 지난 조금은 늦은 시간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멀리 가지는 않고 아파트 단지만 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갔습니다.

 

보통 5시 전후로 단지 상가에 장을 보러 나가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하원 시키는 버스를 많이 봅니다. 그 버스를 보며 미취학 아동들도 이 시간에 오는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너무 일찍 온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

 

그런데 어젯밤 10시 넘은 시각에 산책을 하는데 유치원 통학 버스 같은 차들이 여러 대 다니더군요. 보니 수학학원이나 영어학원 이름이 버스에 적혀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이 버스에서 내리는데 저희 딸아이와 같은 체육복을 입고 있더군요. 그 시각에 딸내미는 이미 잠자리를 챙겨주고 침대에 누운 것을 보고 나온 상황인데, 어떤 학생은 그때 학원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걷는 동안 꽤나 여러 대의 버스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밤 10시면 저는 설거지며 집안일을 끝내 놓고 씻고 티스토리를 보거나, 뉴스를 보거나 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딸아이도 자기 방으로 잠자러 들어가고요. 딸아이는 원래 9시가 취침 시간이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9시 30분으로 30분 늘리더니 조금씩 조금씩 늘려 지금은 10시에 자러 갑니다. 키 크려면 일찍 자야 한다고 저는 잔소리하고, 딸아이는 너무 빠르다고 실랑이하다가 제가 진 셈입니다. ^^

 

여하튼 밤 10시면 거의 하루를 마감한 시간인데 산책을 나가보니 그 시간에 집으로 귀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아직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일 할 때, 9시까지 야근하는 것은 보통의 일이었고, 더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면 야근 후에도 가끔은 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했으니 밤 10시가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밤 10시가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네요. 밤 10시가 아니라 새벽까지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데, 밤 10시면 그래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한 일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감사함이 들었다면, 엄마로서는 딸아이와 같은 체육복을 입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학원차에서 그 시간에 내리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게 학년을 알 수 없으니 그중 어떤 학생은 중3일 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제 딸과 같은 중1일 수도 있겠지요. 만일 중1이라면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이인데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론 다른 친구들이 저렇게 공부하는데 키 크라며 10시에 자라고 말하는 나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인가 싶은 염려가 솔직히 들기도 했습니다. ^^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옳다 그르다 단순하게 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어떤 것이 꼭 옳고 어떤 것이 꼭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고요. 저 또한 몇 달 아니 며칠 후에 딸아이가 어떤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하면 그 시간에 끝나는 학원을 보낼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어느 초등 선생님 출신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대치동 학원가에 가서 학생들을 봤는데 가서 보기 전에는 아이들이 모두 지치고 힘든 모습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며, 본인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본인이 거기에 보내지 못하든 (또는 보내지 않든) 하는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화로 그렇게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찌들고 힘들 거라고 단정 지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제가 본 아이들도 그렇게 힘들고 지쳐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밤이라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분위기에다 오랜만에 나가서 보게 된 밤 시간의 활동적 분위기가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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