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도착해서 적응하며 했던 일들을 적다 보니, 스페인 국제학교 생활을 소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포츠 데이 행사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딸아이가 다닌 학교는 5월에 1학년/2학년, 3/4학년을 따로 모아 각기 sports day라는 행사를 했습니다.
sports day라는 행사명으로 1, 2학년이 함께 한다고 이메일 안내가 오고, 부모님들도 와서 구경하라고 하니 언뜻 우리나라 운동회를 머릿속에 상상했었던 것 같습니다.
행사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는데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1/2학년 전체 인원을 학년, 반 상관없이 대략 8명 정도를 뽑아서 하나의 팀으로 구성하고, 여러 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2팀이 하나의 경기를 치르는데, 상대방 팀은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기 운영도 운동장 한가운데 모두가 집중하여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아니고, 학교 운동장 이곳저곳에 경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각 경기 장소로 아이들이 움직이며 경기를 합니다.
구경 온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가 경기하는 곳으로 따라 움직이며 경기를 구경합니다.
게임 종목도 포댓자루 같은 주머니에 들어가 반환점 돌아오기,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편으로 공 많이 넘기기, 하키공 드리블하기 등 우리가 TV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하는 게임 같은 종목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순간순간 게임에 집중하며 노는 것처럼 보입니다.
맨 처음 이 행사에 갔을 때는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기도 게임 같고, 경기 운영도 운동장 여기저기서 하고, 부모들은 운동장 여기저기를 슬슬 따라다니며 구경하고, 뭔가 관리되지 못하고 어설픈 것이, 어수선한 느낌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걸 하면서 부모들을 오라고 메일을 보내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행사를 보다 보니, 이것도 자연스럽고 좋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꼭 뭐가 좋고 나쁘고 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저 각각 다른 것이겠지요.
제가 어릴 적 운동회는 가족들이 돗자리를 챙겨와 대운동장 주변으로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저는 김밥과 삶은 밤이 제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청군/백군 나누어 줄다리기, 복주머니 터트리기를 하고, 자기 팀을 응원하는 응원가도 부르고,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한 강강술래 같은 공연도 보고, 거의 온종일 하는 아주 큰 행사였습니다.
그런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던 터라, 처음엔 쉬는 시간 노는 듯한 스포츠 데이 행사가 감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번 보다 보니, 큰 부담 없이 즐기는 스포츠 데이 행사도 그 나름의 즐거움과 편안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재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