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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

ESL 진행과 모국어 활용

아이가 다닌 학교에 학부모들에게 각 과목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에 대한 발표 시간이 있어 저도 참석을 했었습니다.

 

ESL 과정을 학교 내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 설명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제 아이가 다닌 학교의 초등학생 대상 방식으로 학교나 학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ESL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제 아이가 이 과정을 할 때는 ESL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는 EAL(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이라고 불렀습니다. 

ESL은 영어가 제2의 언어라 정의하고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영어를 배울 때 영어가 반드시 제2언어는 아니므로 추가적인(addotional) 언어라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하여 변경하여 부른다고 합니다.

(유럽에 있었기에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명칭이 바뀌고 프로그램 내용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혹 몰라 아이가 수업한 과정 이름 그래도 ESL로 기록하였습니다.

 

ESL 소개

ESL 프로그램은 목적과 수준에 따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Conversational English와 좀 더 깊고 전문적인 학습을 위한 Academic English 단계로 나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Conversational English는 당연히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 향상을 제일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영어를 조금씩 익혀 실력이 향상되면 공부를 하는 학생이므로 Academic English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향상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화, 문법, 읽기, 듣기, 쓰기, 어휘가 다루어지는데 목적과 단계별 수준에 따라 각 항목의 비중이 조율되어 진행된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ESL 피드백 양식

 

과정 중에는 수업 태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영역이 구분되어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각 항목에 대해 Not yet, beginning, developing, secure 단계로 아이에 대한 피드백이 나오는데, 위의 이미지는 가서 한 달 만에 받은 피드백이라 구체적인 평가는 없이, 아이 수준이나 태도가 어떠하다는 서술형 피드백만 받았습니다.

 

ESL 프로그램 수업 진행 방식

아이가 진행한 과정을 보면, 처음엔 본인에게 배정된 ESL 시간에 수준이 비슷한 1, 2명 학생과 함께 다른 교실에서 ESL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수업 내용은 본 교실에서 진행하는 주제와 동일한데 주요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만 좀 더 쉽게  진행하는 형식입니다. 제 기억에 ESL 시간이 일주일에 4번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력이 조금 향상되면, 별도의 교실에서 수행하던 과정은 없어지고, 본래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ESL 선생님이 보조 교사로 교실에 함께 있으면서 ESL을 진행하는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가는지 확인하며 옆에서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혼자서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ESL 과정은 종료가 됩니다.

 

종료가 결정되면, 학부모 상담이 이뤄지며, ESL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리포트를 보여주며 얼마나 어떻게 향상했는지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도 상담을 했었고, 이때 담당 선생님이 학기 보고서로 부모에게 제공하는 피드백보다 훨씬 자세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치로 평가된 점수 평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평가표를 보면서 꽤나 세부적으로 관찰, 평가하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 딸은 기초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한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 무조건 이 과정을 모두 거치는 것은 아니고, 아이의 수준에 따라 진행 과정은 달라집니다. 

 

ESL 과정에서 말하는 모국어 활용 - 영어책만 읽히는게 좋은가?

한 학부모가 영어를 빨리 향상하기 위해 집에서도 영어에만 노출시키는 게 좋은지 물었습니다. 

ESL 선생님의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모국어로 사고의 깊이가 있고, 지식이 있으면, 영어를 몰라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 영어로 표현될 때 정황 상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관련 영어를 익히게 되면, 기존에 모국어로 알고 있던 고리와 영어 고리가 서로 연결되고, 그 고리가 많으면 많을 수록 빠르게 확장,  연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런 고리가 계속 쌓이고 연결될 수 있도록 집에서는 모국어로 사고력이 깊어지도록 모국어 대화와 책 읽기를 열심히 하라고 추천하여 주었습니다. 반드시 집에서 영어에만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 독서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으로 방학 동안 읽어온 독서 목록을 제출하면, 나중에 상을 주는 이벤트가 매해 여름 방학마다 있었는데, 어떤 언어로 된 책이든 상관없이 읽어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도 우리말 책과 영어 책 상관없이 골고루 읽고 독서 목록을 제출했었습니다. 

 

물론 이 설명은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 속해 있어 영어에 대한 노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하루 7시간 이상씩 지속적인 영어 노출이 되고, 이미 모국어를 읽고, 말하고, 쓰기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추가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상황에 해당하는 설명입니다. 영어 노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상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여러 언어를 동시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무엇이 되었든 모국어로 깊이 있는 사고가 되어야 다른 언어도 깊이가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아이는 영어와 국어를 지금 시점에서 비교하자면, 어떤 부분은 영어가 더 익숙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 나갈 때 이미 한글을 다 배워서 읽고, 쓰고 할 줄 아는 상태였기에, 영어에 잘 적응할까 걱정은 했지만, 지금의 느낌을 받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초등 학교에서 학습 과정을 통해 지식을 배우고 개념을 잡아간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초등 때 영어로 학습을 해서 개념을 잡은것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소하게는 "안 추워?" 하고 부정으로 물었을 때, 영어식으로 답이 나옵니다. 

No라는 뜻으로 "아니"라고 답을 합니다. 춥지 않다는 겁니다. 

근데 이 답이 우리말로 치자면 "아니, 추워"로 해석되는 상황입니다. ㅠㅠ

 

생각 없이 "안 추워?" 하고 물었다가 매번 다시 확인하는 상황을 겪다 보니 이제는 그냥 "추워?" 하고 물어봅니다. ㅠㅠ

 

제가 느끼는 이 상황이 정말 초등 학습 과정에 기본 개념들을 영어로 접하면서 사고방식에 깊게 영향을 준 것인지, 단순한 버릇 내지는 단순 대화 방식의 습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초등 과정의 경험 (지식을 배우고 개념을 이해하고, 사고의 틀을 잡아가는 것)이 아이에게 꽤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낍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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