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올린 글에서 딸아이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어떻게 갖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답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 스스로가 가진 동기
● 매일매일의 꾸준한 노력
●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운 경험
● 위 과정을 통해 향상되어 가는 자신을 통해 느끼는 객관적 자신감
이번에는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적었듯이 지금 와 되돌아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제대로 준비를 해주지 못하고 해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고맙게도 아이는 스스로 잘 극복해 주었습니다.
제 생각에 아이의 자신감은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해낸 성공 경험이기에 흔들림 없이 본인을 믿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스스로가 가진 동기
딸아이가 다니게 된 학교에는 초등 1학년은 3개 반이 있었습니다. 각 반의 인원은 20명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전학 당시 1학년에는 한국인 학생이 없었습니다.
국제학교이다 보니 초등 저학년이 전학을 오는 경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 학생들은 보통 같은 나라 아이가 있는 반에 배정을 해주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 영어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적응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그렇게 반 배정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를 갔을 당시에는 같은 학년에 우리나라 학생이 없었습니다. 그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에서 보면 저희 경우에는 장점으로 영향을 주었던 셈입니다.
도와줄 사람은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고는 싶고, 수업에도 잘 참여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영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특히, 딸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향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말이 통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영어를 열심히! 아주 열심히! 늘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입니다.
피부로 느끼게 되는.... 동기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죽기 살기로 살아남기"의 자세를 갖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고, 잘 적응할까 염려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겉으로는 크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저 네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 거다... 지금 무척 잘하고 있다... 정도의 지지만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겉으로는 조금 무심한 듯했던 그 표현을 아이가 잘 이해하고 넘겨주어 고맙다 느끼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알아듣기, 해외여행에서 주문 편하게 하기, 영화 자막 없이 이해하기와 같이 피부로 느껴지는 목표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같은 장래 목표에 필요한 장기적 관점의 목표든 스스로 이걸 하고 싶다는 동기와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매일매일의 꾸준한 노력
토요일 어느 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이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 아침부터 뭘 하나 보니 Raz-Kids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주말 아침부터 스스로 이걸 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면서 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 좀 매정한 부분이 있는지 짠함의 감정보다는 어차피 해야 하는 일...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이 기특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기특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조용히 문 닫고 나왔습니다. ^^
이 Raz-Kids 학습은 아이가 ESL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그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지금도 동일하게 운영되는지 모르겠지만, 딸 아이가 다닐 때는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교 내에서 ESL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수업 외에 Raz-Kids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아마 아이가 있는 분들은 Raz-Kids 프로그램에 대해 대부분 들어보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계별로 온라인 책이 제공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특정 수준 이상의 단계가 되면) 간단한 퀴즈를 풀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 단계의 책들을 읽고, 퀴즈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윗 단계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벨이 A에서 Z까지 있는데, 제 딸냄이는 A 단계도 안되었는지 aa 단계에서 시작했습니다.
제일 낮은 단계는 사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에서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도 동시에 읽히는 부분의 색상이 하이라이트로 표시됩니다. 책의 내용도 간단한 문장과 의성어들이 주를 이룹니다.
예를 들어, 개가 짖었다. 멍멍멍. 정도의 수준입니다. ^^
아이들은 하이라이트되는 부분의 단어와 프로그램에서 들리는 발음, 화면에 나타나는 그림으로 상황을 대충 이해하게 됩니다. 얼마 전 thegrace 님이 손으로 짚어주며 책 읽기를 해주셨다고 알려 주셨는데, 사실 전 온라인 프로그램이 대신해준 셈입니다. ㅠㅠ (속으로 많이 찔렸습니다.)
Raz-kids 프로그램은 개인이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구매해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딸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라이선스를 구매해 운영한 형식으로 학교 담임 선생님이 Raz-Kids 프로그램의 관리자(선생님) 권한을 가지고 운영이 되었습니다. 아이 성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해당하는 단계의 책을 다 읽지 않았어도 읽은 책과 퀴즈 점수, 그리고 아마도 학교에서의 상호 작용을 통한 평가를 고려하여 단계를 올려주시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피드백이 제 아이에게는 효과 만점인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선생님을 잘 만나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해당하는 단계에 아직 책이 남아 있는데, 선생님의 격려 멘트와 함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경험은 아이로 하여금 짜릿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 것 같습니다.
Raz-Kids 프로그램을 열고, 자신이 속해있는 레벨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본 후, "엄마! 단계가 올랐어. 선생님이 올려주셨어!" 하며 환하게 웃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베테랑 선생님의 당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운 경험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다녀온 후 한 번씩 OOO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물었습니다.
근데 물어보는 OOO이 무슨 단어를 말하는 것인지 단어 자체를 제대로 모르겠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왔어? 하고 물으면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합니다. 그럼 대충 아이가 물었던 OOO이 무슨 단어인지 감이 오고, 무슨 무슨 뜻이야 하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런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대부분 알아들어 그런가 했는데, 며칠 전 아이가 질문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이가 직접 단어를 찾기 시작했던 거였습니다. ^^ 어떻게 찾았을까요? 모르는 단어인데 말입니다.
단어 사전에 voice 기능을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전자기기가 있어 음성 입력이 되니 가능한 일입니다.
일화를 하나 이야기해줍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뭐라 뭐라 얘기를 하는데 "캐럿"이란 말이 많이 나오더랍니다.
캐럿이 뭐지? 하면서 속으로 캐럿 캐럿 하고 외우고, 나중에 사전에 캐럿을 목소리로 입력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발음이 아니니 다양한 결과가 나왔겠지요. 다이아몬드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에 그건 아닌 거 같았답니다.
캐롯, 캐럿, 발음도 조금씩 바꾸고, 단어 강세도 바꿔가며 목소리로 단어를 찾는데 드디어 "당근"이 나왔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이야기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니.... "아! 당근" 싶더랍니다.
아이는 의도치 않게 목소리 검색을 통해,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알게 되고, 각 발음의 미묘한 차이도 알게 되고, 단어의 강세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지금은 얘기합니다.
저도 목소리로 사전에서 단어 찾은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우리 딸, 참 열심히 노력했구나 싶은 것이 대견합니다. ^^
● 향상되어 가는 자신을 통해 느끼는 객관적 자신감
스스로 내재된 동기로, 매일 꾸준히, 몸으로 부딪히며 노력한 결과, 아이의 영어는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ESL 시작 후 6개월만에 ESL 담당자로부터 ESL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그냥 교실에서 일반 수업을 같이 들으면 될 것 같다는 평가 메일을 받았습니다. 초등 1학년이라 해당 학년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이 고학년과는 다를 수 있기에 참작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잘 따라와 줬고 이렇게 빠르게 ESL 과정을 마무리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선생님의 피드백은 아이에게 충분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아이는 좋아하는 독서를 계속하였고, 6학년에 english literature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해냈기에 아이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아이가 새로운 도전을 만났을 때,
줄넘기 100개 도전해서 성공한 것,
영어 제대로 모르고 갔는데 잘 하게 된 것,
수영도 못했는데 즐기게 된 것을 기억하라고 얘기해줍니다.
넌 잘 할 수 있다고.
실수해도 괜찮고 중간에 실패해도 괜찮다고.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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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0 - [아이 교육] - 딸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어떻게 생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