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세바시 강연에서 리사 손 교수님이 강연하신 내용입니다.
리사 손 교수님이 학생 때, 대학 수업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 의견을 얘기했는데, 바로 다른 누군가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상상할 수 있듯이 그렇게 의견이 거절당하면, 순간 당황하고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리사 손 교수님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 거절의 말을 들은 이후론 수업 시간에 다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러니 학습도 안되고,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리사 손 교수님조차도 학생 때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거절당하는 순간에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리사 손 교수님 본인은 모범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이어서 더 용기내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늘 공부 잘했고, 열심히 노력했기에 항상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착각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거절이나 반대는 그 완성을 깨트리는 것이라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자녀 둘을 키우는데 첫째는 공부도 잘하고, 자기 할 일도 알아서 잘하는 반면, 둘째는 숙제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누가 더 걱정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둘째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메타인지적인 관점에서는 첫째가 더 걱정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자기 본인의 모습을 늘 편하게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부족함에 대한 스스로를 인정하기 쉬운데 반해, 첫째는 오히려 거절이나 불편한 상황이 되었을 만났을 때, 늘 완벽했던 자신의 모습이 깨지는 걸 받아들이기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지는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딸아이도 모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잘 챙기고,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칭찬의 말을 곧잘 듣습니다. 저나 남편은 아이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자신이 지키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걱정이 어떤 의미인지 와 닿았습니다.
그럼... 이런 거절의 순간에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용기는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요?
아이의 질문에 답을 주지 말라고 합니다. 리사 손 교수님은 아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때로는 거짓말을 해서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생각이 다르네?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의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완벽하거나 완성되었다는 착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경험들이 쌓여간다는 것입니다.
늘 완벽함으로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아직 불완전하더라도 노력해가는 그 과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사 손 교수님은 우리말을 잘 못해서 지인들과의 모임 과정에서 많이 배웠는데, 초기에는 "이 말 모르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교수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는 메타인지를 통해 그 과정을 넘기고, 결과적으로 우리말을 더 많이 배웠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말했는데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 다시는 영어로 말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일이나,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무안당해서 입 꾹 다물고 있었던 일 등 말입니다.
스스로를 믿으며, 현재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인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인정하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 자신을 직시하면서, 나를 믿고 나아가 보는 용기를 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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