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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일상을 보내며

수능날

수능날입니다.

시험을 위해 그동안 노력한 모든 학생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보살피느라 고생하신 모든 부모님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통은 점심시간이 지난 조금  이른 오후에 걷기 운동을 나가는데 오늘은 늦은 오후에 나갔습니다. 막 걷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근처 고등학교 앞에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정문 앞에서 서성이시더군요.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곧 끝날 수험생 아이를 기다리시는 거겠지요.

 

학교 정문에 붙어있는 수능시험장 안내 현수막과 기다리시는 부모님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수능 시험장 앞 정문 모습

 

저는 학교 지원을 먼저 하고, 시험을 본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정말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와서 이제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는 시원함과 더불어 긴 시간 공부한 것이 이렇게 하루 시험으로 결정 난다는 것이 뭔가 허무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대학 입시를 치르는 시점에는 두 분 모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난 후 혼자 씩씩하게 언니를 만나러 갔고, 언니가 저녁을 사주며 고생했다고 해준 것이 기억납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하고 싶은 게 있었고, 그래서 그저 씩씩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뭔가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탓해야 변할 것도 없고, 그저 기운만 빠질 뿐이니 그저 내가 해야 할 일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젠 수험생을 키우는 나이의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그 나이의 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힘들었을 텐데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고, 제 자신을 토닥토닥 격려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결핍이 해결되지 않은 작은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하죠. 그 마음 속 작은 아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별일 아닌 일에 크게 상처받기도 하고 말입니다.

 

마음 속 작은 아이의 결핍이 충족되어 편해지도록 그 시절 힘들었을 텐데 참 잘했노라고, 지금이라도 나를 토닥여주어야겠습니다.

 

그 어린 시절에도 해냈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응원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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