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지난번 소개한 줄리안 이야기 (The Julian Chapter)를 사면서,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란 책도 함께 샀습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황영미 작가의 소설로, 제9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책 뒷면 표지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
답문은 없었다. 뭐, 괜찮다.
어차피 마지막 문자는 늘 내 몫이니까.
어떤 내용일까? 사춘기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다현, 아람, 병희, 설아, 미소, 이렇게 5명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기들을 다섯 손가락이라 칭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주인공 다현은 가끔 친구들의 행동이나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친구들을 많이 배려하고 양보하며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현에게는 초등학생 때 은근하게 따돌림을 당한 기억과 경험이 있기에 지금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어떻게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현이는 친구들의 무리한 부탁도 대부분 들어주고, 선물도 자주 하고, 친구들과 다른 취향, 의견과 생각이 있어도 굳이 표현하지 않으며 지냅니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새 학급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과 그 일들로 인해 발생하는 친구 간의 미묘한 상황을 겪으면서 다현은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까지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깨닫게 되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딸아이는 외동이라 형제가 없고, 제가 결혼도 늦었고, 아이도 조금 늦게 나아 주변에 또래로 지낼만한 친척이나 친구가 별로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한 성향입니다. 아이 중에는 관심 있는 놀이에 더 집중하는 성향이 있고, 놀이 자체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성향이 있다고 하는데 딸아이는 후자에 가까운 성향입니다. 그렇다 보니, 친구가 무척이나 소중한 아이이고, 소중한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는 친구의 말을 따르고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아들을 키우면 몸이 힘들고, 딸을 키우면 정서적으로 피곤하다는 말에 딸을 둔 엄마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으로 가서, 영어를 제대로 못 하는데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특히 친구 관계는 괜찮을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는 친구 관계로 속상한 일들을 많이 토로했고, 친구들에게 휘둘리는 듯한 이야기도 들었기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딸도 책을 다 읽고 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딸에게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책에 나오는 다현이처럼 친구들에게 너무 양보하고, 희생하며, 평등한 친구 관계가 아니라 불균형적인 친구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할까 걱정했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웃으며 "내가 친구를 좋아하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좀 더 지켜보니, 어느 정도 선까지는 네가 양보하고 노력하지만, 너 자신의 선이 있어 그 선을 넘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 걱정을 덜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웃으며 수긍합니다.
특히, 스페인 처음 갔을 때는 영어가 잘 안돼서 좀 더 많이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운하고 속상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기도 친구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렇게 만만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만만한 사람이 뭔지 알고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통하는 모양입니다. -.-;;)
책을 매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친구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관계지만, 일방적인 관계일 수 없고, 서로 노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친구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겠지요.
부부 관계도 남편과 아내, 각자가 개인으로 똑바로 설 수 있을 때 그 관계가 더 건강하다고 하니 말입니다.
친구가 제일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 딸이 현명하게 관계를 잘 만들어 가며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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