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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올림픽의 기미가요, 음악행사의 가미가제

미뤄진 2020 도쿄 올림픽이 시작되었습니다. 개막식을 무관중으로 치렀다는 기사를 봤고, 유튜브에서 개막식 행사 일부를  봤습니다.

 

그 과정에 일본 국기를 가지고 들어와 게양대에 달면서 어떤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부분도 봤습니다. 일본 국기를 게양하며 부르기에 일본 국가인가 생각하며 분위기가 좀 별로다라는 가벼운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니 전혀 알아듣지는 못했지요. -.-;;

 

2020 도쿄 올림픽 개막행사 장면
2020 도쿄 올림픽 개막행사 중 노래 부르는 장면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국가가 맞기는 한데, 국가가 기미가요더군요. 기미가요는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국가로, 욱일승천기와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꼽힙니다. 공식 국가이지만 일왕 숭배의 의미가 강하다는 이유에서 일본 내에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네요. 기미가요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폐지됐으나, 1999년 일본 정부가 국기·국가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로 법제화했다고 합니다. 국가로 법제화했으니 국가를 부르긴 한 건데... 폐지한 제국주의 국가를 다시 법제화하는 일본이 참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스페인에 살 때, 아이 학교에서 공식 음악 행사가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초빙된 연주가의 연주도 있고, 학생들의 연주와 노래 공연이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 중 하나의 세션으로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만든 영상을 상영해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행사 담당 선생님들의 리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일본 학생이 가미가제를 미화해 벚꽃 휘날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든 영상이 상영되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외국 엄마들은 가미가제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잔잔한 영상과 벚꽃 흩날리는 이미지가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엄마들이 그 의미를 학교 측에 전달하며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한 영상을 미화해서 상영하고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는 이슈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를 담당하고 진행했던 선생님의 사과와 함께 교장 선생님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 인식과 수업 진행에 더 조심하겠다는 안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점은 동양의 역사에 대해 사람들이 참 잘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역사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도 같고요. 사실 가미가제는 태평양 전쟁에 미 군함을 자살특공대라는 이름하에 공격한 것으로 미국 사람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모르는 분위기더군요. 

 

그리고 일본 내부에서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하기에 그 일본 학생은 저런 영상을 저렇게 만들어 제출할 생각을 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가미가제 조종사들이 굉장히 어린 나이인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국가의 강압적인 명령과 압박, 또는 심리적인 강요에 의해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일인데 그걸 미화하는 것을 참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기미가요 기사를 보면서 예전 아이 학교에서 발생했던 일도 생각이 나며, 독일의 역사 인식과 사죄, 일본의 자세가 참 비교되며 씁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알리는 일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대부분의 사람이 무엇인지도 모를 기미가요를 국가로 제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며, 실은 크게 의미 없는 것을 나는 혹 부여잡고 있는 것이 없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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