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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

국제학교의 인터내셔널 바자 (International Bazaar)

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학년이 끝나는 6월에 인터내셔널 바자회를 매년 진행했습니다. 제가 지내는 4년 동안 첫해는 학교 건물 공사로 인해 생략되었지만, 나머지 기간은 매년 진행하여 3번 참여를 했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졸업식조차 온라인으로 진행한 터라 아쉽게도 진행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내셔널 바자회는 국제학교인 만큼 국가별로 부스를 만들어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행사는 보통 토요일 12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진행됩니다. 참여 의사를 밝힌 나라들이 나라별 부스를 만들어 음식이나 음료 등을 준비해서 팝니다. 아이들은 나라별 전통 의상을 입고 진행하는 퍼레이드, 장기자랑 등 여러 행사에 다양하게 참여 가능합니다. 더불어, 한쪽 공간에는 에어바운스 등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놓고 즐기도록 합니다. 

더운 여름이라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물총을 가져와 물총 놀이도 하고, 친구들과 재밌게 즐기는 시간을 보냅니다. 

 

인터내셔널 바자 (에어 바운스 및 각 나라별 부스)
가운데) 퍼레이드 후 각 나라 국기를 흔드는 아이들, 양옆)장기자랑 참여 아이들의 장기자랑 모습

 

제 아이가 다닌 국제학교에 한국인 가족이 평균적으로 10 가족 이상은 있었기에 매해 "KOREA" 이름을 걸고 참여를 했었습니다. 사실 인터내셔널 바자회 행사는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엄마들이 주축을 이루어 부스도 자기 나라 특성이 나타나도록 꾸며야 하고, 판매할 음식을 준비하고, 행사 당일 아침부터 준비해 온 음식을 팔고 해야 합니다. 

 

지내는 동안, 3번 참여를 했는데, 한 번은 불고기와 잡채를 팔았고, 나머지 2번은 비빔밥을 준비해서 팔았습니다. 

인원별로 담당 역할을 나누어 누구는 당근을, 누구는 양파를 썰어 볶아오고, 누구는 고기를 양념해 준비해오고 하는 식으로 담당을 나누었습니다. 행사 당일에도 각자에게 역할을 줍니다. 누구는 돈을 받고, 누구는 밥을 공기에 담아주고, 누구는 채소를 담아주고, 누구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하는 식입니다. ^^

 

비빔밥의 경우, 외국인들이 매운 음식을 못 먹을까 싶어 간장 소스, 고추장 소스 2가지를 준비했었는데 의외로 고추장 소스도 제법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은 고기 빼고 야채만 달라고 해서 먹는 경우도 있었고, 비빔밥이 꽤 인기 있는 음식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 당일 준비한 재료가 일찍 소진되어 빠르게 부스를 정리해 찾아보니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비빔밥 외에 500mL짜리 물을 얼려서 팔았는데, 이 얼린 물이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6월의 스페인은 무척이나 덥습니다. 워터 스프레이, 차양막 등 학교에서 시설물을 설치해놓지만 그래도 6월의 더위를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때 얼린 물은 인기 만점입니다. 물을 얼리기 위해 가정당 10개씩 나누어 각자 냉동실에 얼려 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  

 

뿌셔뿌셔 과자도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보통 생일날 반 친구들에게 간단한 컵 케이크나 도넛 등을 돌리는데, 어떤 한국 학생이 돌린 뿌셔뿌셔가 히트를 쳤답니다. 그 이후로 우습게도 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 생일날 뿌셔뿌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되어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생일이 되면 뿌셔뿌셔를 돌리곤 했습니다.근데 이 뿌셔뿌셔를 생일날 한국 친구가 돌리는 거 외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바자회라 10개씩 사 가지고 가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어떤 고학년 학생은 이걸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의외의 품목이 인기리에 팔리는 게 신기하고 재밌기도 한 행사지만, 솔직하게 인터내셔널 바자 행사는 여러 부모님들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음식 판매를 위한 재료 준비도 손이 많이 가고, 당일날도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이 소요되는 힘들다면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여 존재를 나타내고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유럽이라는 곳에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참 작은 나라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외모를 통해 아시아인이란 생각을 하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묻는 게 먼저인 것이 아직도 현실입니다.

 

사실 제가 있었던 환경은 완전한 이민으로 그 사회에 정착하여 스며드는 것과는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많은 다른 외국 학부모들도 파견 등의 이유로 몇 년 지내다 다시 떠나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이 길고 풍부한 것도 아니기에 대표성을 가진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다만,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고 연륜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언어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활동에 대한 한국 부모님들의 참여가 다른 외국 부모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개최되는 학교 큰 행사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적극 참여하고, 행사 후 얻게 되는 이익을 기부하는 활동들을 통해 존재를 알리고, 학교 커뮤니티 일원으로 열심히 적극 참여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아이들도 한복을 입고, 비빔밥을 소개하고, 투호 전통 놀이를 진행하고, 한국 과자를 팔고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비록 참여할 수 없지만, 내년에는 더 멋진 바자회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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