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한파라는 말도 있는데 다행스럽게 수능 한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수능을 본 모든 수험생들에게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수고 많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딸아이는 목요일은 수능일이라 쉬고, 수능 다음날인 금요일은 재량 휴업일로 학교를 쉽니다. 수능일인 오늘 점심은 딸아이와 밖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갔더니 평일인 데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지난 터라 식당에 사람들이 많지 않더군요. 분위기가 부산스럽지 않아 점심을 먹으며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번 읽은 책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에 나왔던 공감과 해결안을 제시하는 차이에 대한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와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 엄마가 어떤 자세로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때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군요. 어떤 경우에는 그냥 공감만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고, 어떤 때는 해결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비중으로 보면, 그냥 공감만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더 많았다고 하더군요. 전 대부분 해결안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ㅠㅠ
아이에게 그럼 엄마가 그 둘 (공감과 해결안 제시)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해결안을 듣고 싶은 경우, 본인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겠다고 하더군요.
일단 알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굉장히 어려운 약속을 겁 없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건 아닌 거 같다 싶은 부분이 분명 많이 있을 텐데, 뭐라 제 생각 (아이 입장에서는 충고 내지 잔소리로 들릴 경우가 많겠지요. ㅠㅠ)을 말하는 것을 자제하고 혼자 속으로 삭여야 할 상황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느끼기에 엄마란 존재가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여야 할 것 같아 노력을 해야겠지만 막상 현실에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향적으로도 후천적으로도 저는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이 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듣고 해결안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은 큰 노력 없이 자동으로 되지만, 그 반대의 흐름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이 있어 공감하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 성향과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모의 자세적인 생각까지 겹쳐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시적으로 아이가 요구한 부분이니 최대한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글을 적으며 다시금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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