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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

해외에서 공교육 리턴, 다시 외국인학교로 옮기며

딸아이 학교를 외국인학교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원은 올 초에 했습니다.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합니다. 그래서 보통 새 학년 지원을 연초에 받습니다. 그래서 올 초 시험 및 인터뷰 과정을 거쳐 합격은 했으나, 빈자리가 없어 대기 상태라는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 이동이 줄면서 학생들 이동이 줄어 신규 학생을 받을 수 있는 공석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1월 말 빈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11월에 바로 입학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기말고사 및 정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연말 방학 후 2학기가 시작되는 1월 초에 옮기기로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아이는 12월 기말고사 시험도 끝냈고, 이제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초등 6학년, 중학교 1, 2학년 이렇게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외국인학교로 옮기게 된 셈입니다. 

 

스페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로 가는 것을 고려했었습니다. 국내 공교육 과정과 외국인학교(또는 국제학교) 모두 각자의 특징이 있고, 무엇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기준에 맞춰 결정할 뿐이지요.

 

요즘 해외 파견이나 유학 등 해외 체류가 많고 그 과정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제 고민과 결정의 과정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외국인학교로 가는 경우와 국내 공교육으로 가는 경우 다음과 같은 특징 정도를 생각했었습니다. 

 

● 외국인학교 또는 국제학교로 가는 경우

스페인에서 받던 교육 과정과 비슷한 교육 과정을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 

아이가 해외에서 학년 승급을 했는데, 승급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 전학 개념처럼 동일 학년 이동 가능)

비용이 많이 든다. (현실적 이슈지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약해질 것 같다. (물론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몇몇 학교는 역사 등을 배우지만 깊이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국내 공교육으로 가는 경우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바뀐다.

아이는 국내 교육을 위해 부족한 국어, 수학 등을 따라잡아야 한다.

학년 승급한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나이에 따라 초등 과정으로 내려가야 한다. (10월 생이라 반학년 내려가야 했습니다.)

비용이 적게 든다.

초/중/고 학창 시절을 우리나라 친구들과 보내면서 특유의 (뭐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동질감을 가질 수 있다.

국어, 역사 등 우리나라 관점에서의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제가 스페인에서 들어올 때, 아이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그런 관점만 보면,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로 바로 이어서 가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2020년 2월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공교육을 선택해 아이를 국내 초등학교 6학년으로 보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아이가 우리나라 사람으로 정체성과 소속감을 느끼기를 바랐던 부분이 컸습니다. 

 

아이를 통해 언어가 갖는 사고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영어로 듣고,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생각의 틀이 굉장히 영향을 받더군요. 그리고 초등 저학년 과정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딸아이를 통해 사고의 틀을 만드는 아주 기초적이고 중요한 시가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10대 후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 유연성이 남아있는 시기였지요. 그래서 나중에 본인의 말처럼 해외에서 공부하고, 해외에서 일하더라도 자신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정체성, 자부심을 가질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경제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요.

 

그래서 국내 공교육으로 왔습니다. 아이는 나름 잘 적응해 주었고, 중2 과정의 성적도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방식을 재미있어하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제재를 받기도 했고, 외워서 시험을 보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요.)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견도 변하지 않아 외고나 특목고를 통한 유학 경로를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과 가족의 협의 과정을 거쳐 다시금 외국인학교로 옮기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국제학교나 외국인 학교와 달리 옮기는 곳은 국내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 경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검정고시를 통해 국내 대학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굳이 먼 길 돌아가는 셈입니다.) 

 

이후 여러 난관이 있을 테고, 부모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할 문제 또한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부모님 돌아가시고 중학교 재학 시절 상업 고등학교 가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대학이 가고 싶어 일반 고등학교를 갔고, 대학교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공부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해내고자 하면 길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외국인 학교를 보내는 시점에 스페인에서 들어올 때 바로 갔으면, 지금 9학년인데 괜스레 돌아가느라 8학년으로 가야 하니 시간을 버리게 한 것 아닌가 미안한 마음도 한편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고,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딸아이가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노력했기에 좋은 경험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성장하는 딸이 되길 응원합니다. 

저 또한 또 다른 과정에서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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