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습니다.
이것저것 읽어보고 싶은 책은 많지만, 최근 몇 년간 책을 많이 안 읽어 그다지 두껍지 않고, 부담가지 않는 책 위주로 손이 갑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유명한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프로그램에 나와 알게 된 김영하 작가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어떤 여행지에 대한 소개나 느낌이 아니라,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 자체에 대한 고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떠나 현재에 충실한 순간.
현실을 살아갈 때는 과거의 후회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는데, 여행을 가면 낯선 장소,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등으로 인해 뭘 먹을지, 어디에서 잘지,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등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은 잊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 정말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도 잊고 싶어 우리는 여행을 가고싶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전 밥하고, 청소하기 싫은 것이 큰 몫인 것 같은 건 비밀입니다. ㅠㅠ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알쓸신잡 여행
작가는 알쓸신잡 프로그램으로 간 여행을 본인의 여행 중 가장 특이한 여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행은 1인칭 시점으로 보게 되는데, 이 여행은 본인도 나중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의 여행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행 당시 본인이 갔던 장소와 느낌뿐 아니라, 같은 도시에 갔지만, 다른 멤버들이 여행한 장소와 느낌도 프로그램을 통해 보게 되면서 같은 도시, 다른 느낌을 갖고 보게 된 여행이라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알쓸신잡 프로그램은 5명의 멤버가 특정 도시로 여행을 가서, 각자 원하는 명소 방문 후 저녁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입니다. 따라서, 출연자들도 여행 이야기는 듣지만, 여행 실제 모습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여행을 녹화해 다시 되돌려 보기도 하지만, 다른 이에 의해 편집된 영상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한 번씩 딸냄이의 예전 동영상을 보며, 그 동영상에 나오는 저의 말투와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 자세로 내가 아이를 대했었구나... (지금보다 백배 부드럽지요. ㅠㅠ) 생각해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겹겹이 쌓이는 경험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 수요가 많이 없어질거라 예상했지만, 여행 수요는 여전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정말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ㅠㅠ) 직접 여행가지 않아도, 유명 장소와 작품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직접 여행을 갑니다. 이는 자기의 직접 경험과 타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행의 간접 경험을 겹겹이 쌓아가며 또 다른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전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래서 책 리뷰를 사람들이 그렇게 읽게 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 리뷰를 보면서, 우리는 책의 내용을 알 것 같으면서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는 이미 내가 읽은 책의 리뷰를 보면서, 나와 같은 또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읽으며 공감 또는 생각의 확장을 합니다. 여행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obody와 somebody (아무것도 아닌 나와 이목이 집중되는 나)
사람들이 나름의 로망이 있는 도시로 여행을 가면, 여행객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일반인처럼 하고 다니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 도시에 사는 일원 무리에 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합니다. 국내 유명 연예인이 해외에 나가면 자유로워 좋다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 사람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이름 있는 유명 연예인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Nobody)으로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때로는 외부 여행객이 별로 없는 지역 또는 관광으로 사는 도시에서 관광객이라는 이름으로 이목 집중(Somebody)을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목을 끌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존재감 없이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있는 감정이 여행에서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챕터들로 나뉘어 본인의 여행담을 소재로 이야기하지만, 물리적 여행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하나의 여행이라고 보면서, 우리가 갖게 되는 여러 감정(?) 또는 자세를 이야기하는 책이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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