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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일상을 보내며

엄마의 기본값?

"엄마의 기본값" 이란 제목은 사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책에 나오는 소제목입니다.

 

우리는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주름진 손에 고생으로 살짝 굽은 등을 가진,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어머니 모습을 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하시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저자는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에서 "엄마" 하면 뭔가 애틋하고 슬픈 감정이 떠오르지 않냐고 물었더니, 거기 나오는 패널들이 "아니, 왜?" 하는 표정으로 우리 엄마는 본국에서 잘 살고 계신다고 답하더라는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극기훈련 캠프에서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하며, 각자 촛불을 하나씩 들고 부모님에 대한 사회자의 멘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모든 걸 내어주는 희생의 대표 상징인 엄마의 기본값에 1990년대 또 다른 이미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미시(Missy)족"입니다.

 

사실 미시족은 엄마에 대한 이미지라기보다는 결혼했지만, 세련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로 미혼 못지않은 삶을 즐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 이미지를 이용해 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광고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드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면 보통은 아이를 갖게 되고, 엄마의 역할이 생기는데, 이 이미지는 엄마가 되어서도 미시족처럼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 뭔가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인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기저귀 가방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육아 패션 소품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체들을 통해 다양하게 보여주는 엄마의 모습들이 엄마에게 온 우주의 기운을 끌어올 수 있는 원더우먼의 힘을 요구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Pixabay 원더우먼 이미지

 

어느 날은 웰빙을 위해 먹거리를 직접 키우고, 해먹이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어느 날은 몸짱을 거론하며 누구나 늘씬해야 할 것처럼 강조합니다.

어느 날은 재테크에 성공한 아줌마들이 쓴 책들이 회자되고

어느 날은 아이들을 외국 유명 대학에 보낸 교육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모든 걸 척척! 해내는 만능 가제트가 되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 (슬의생) 드라마를 꽤나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에 유산을 자꾸 하게 되는 산모가 나옵니다.

그때 산부인과 의사가 그건 산모님의 잘못도 아니고, 병도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기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느끼는 게 보통입니다.

 

아이가 아파도 내 탓 같고

아이가 키가 안 커도 내 탓 같고

공부를 못해도 내 탓 같기만 합니다.

 

가만히 두어도 충분히 온갖 일이 내 탓만 같은데,

주변에서, 매체에서, 어릴 때부터 보아온 모습에서

희생도 해야 하고, 일도, 자기 관리도, 아이 뒷바라지도 잘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은 부모가 같이 해야 할 일도 있고

어떤 것은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일도 있고

어떤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 이렇게 투덜거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 그다지 희생적이지도 않고 Missy 스럽지도 않습니다.

그 기준값에 못 미쳐 "아우, 너무 힘든데, 왜 이리 기본값이 높아" 라며 이렇게 궁시렁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엄마가 행복한 육아", "적당히 육아법" 같은 제목의 책들을 보면 맘이 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더우먼 같지 못해도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자기 방식대로의 엄마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와 엄마, 가족이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본값의 평균을 제가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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