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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크리스마스이브는 가족과.

코로나 19의 여파로 5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올해는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인들은 둘만의 시간을 만들겠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 연인들과 보내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레스토랑들도 그때가 대목이라 특별 메뉴를 만들고, 가격도 조금 비싸게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에 반해, 스페인에서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마도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그렇겠지요. 스페인은 보수적으로 봐도 국민의 50% 이상이 가톨릭입니다. (보통 70% 이상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점점 줄어들어 60%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래도 부활절, 꼬뮤니온-세례 등 전통적인 중요 행사는 여전히 남아있고 중요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오래전부터 가톨릭이나 기독교가 주된 종교인 나라들은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정착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스페인에 간 첫 해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스페인에 간지 보름 정도밖에 안된 시점으로 아직 이삿짐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삿짐이 없으니 대충 캠핑처럼 살던 상황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남편이 퇴근 후 외식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당연히 좋다 하고 저녁 식사 준비 없이 기다렸습니다.

 

퇴근 후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던 남편이 난색을 표합니다. 가려고 생각했던 레스토랑뿐 아니라 갈만한 다른 레스토랑 모두 크리스마스 이브라 영업을 안 한다고 답을 한 것입니다. 

 

많이 당황했던 남편이 기억납니다. 결국, 남편이 근처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 와 소파도 식탁도 없는 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가 차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사진을 찍었었습니다. 옆에 사진이 스페인에서 보낸 첫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식사 모습입니다.  🤣

 

 

정말 정서적 충격이었습니다. 가장 핫하다고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일하는 사람들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므로 영업을 안 하거나, 영업을 일찍 종료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마드리드 시내 관광 중심지에 있는 가게들은 정상 영업을 합니다. 그리고 특별 메뉴를 만들어 영업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

 

다만, 그때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급하게 아이와 시내까지 나가 모험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샌드위치로 대신했던 식사입니다. ^^

 

일반적으로 스페인 레스토랑은 점심 영업 후 문을 닫았다가 저녁 영업을 위해 문을 다시 엽니다. 점심은 보통 오후 1:00에 시작해서 오후 4시쯤 종료합니다. 그리고 저녁 영업을 보통 오후 8시에 시작합니다. 저녁 영업이 우리 생각과 달리 매우 늦게 시작하는 편입니다. 저녁 외식을 위해서는 저녁 8시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게 오픈을 기다리다 지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보통 주중에는 저녁 외식을 거의 안 하고 주말에 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중에는 오전부터 시작해서 중간 쉬는 시간 없이 계속해서 영업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이른 점심을 하고 싶거나, 이른 저녁을 하고 싶은 경우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까지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영업을 일찍 종료해서 정말 놀랐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풍습은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족마다 이 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고 여기는 날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 무조건 같이 보내고 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든 한 해의 마지막 날이든, 새해 첫날이든 하루는 가족이 모이는 날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의 의견을 묻기는 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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