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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열두개의 포도알

포도알 열두개

 

우리나라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새해 첫 시작을 알리는 종로 보신각에서의 타종 행사가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먹는 포도알 (구글 검색)

스페인도 비슷한 행사가 있습니다. 스페인 역시 축제의 나라답게 12 월 31 일 파티가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이 날 인상적인 행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춘 포도알 먹기입니다.

 

전통에 따르면,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 월 31 일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한 번에 하나씩 포도알을 먹어야 합니다. 규칙에 맞춰 모든 것을 제시간에 먹는 사람은 행운과 번영으로 가득 찬 1 년을 보내게 된다는 풍습입니다. 꼭 해당 내용을 믿지 않더라도 경험해보면 그 분위기가 유쾌하고 재미나다고 합니다. 

 

사실, 보신각 타종 소리가 우리나라 전체에 방송되듯이,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 역시 스페인 전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됩니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한 다음 TV에서 방송되는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먹습니다. 좀 더 활기차고 북적한 느낌을 원하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도시와 마을에 있는 주요 광장이나 시계가 있는 상징적인 곳으로 가서 한 해의 마지막 순간을 공유합니다.

 

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Puerta del Sol) 광장입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시계 앞에 모여 종소리에 맞추어 포도 먹기 행사를 합니다.

 

광장 전체가 연말 불빛 조명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라고 합니다. 화려한 조명 외에도 색종이 조각, 음악, 깃발 등 들뜬 파티 분위기라고 들었습니다. 또한, 가발, 모자, 가면을 쓴 사람들이 제각각 분위기를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포도알 먹기가 끝나면, 스페인에서 마시는 샴페인 까바(Cava)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까바 샴페인을 따서 함께 온 친구,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함께 건배를 한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이루어지는 완전한 파티인 셈입니다. 이 파티는 거의 새벽녁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낮부터 주변 펜스 설치 등 시설을 정비하고, 푸에르타 델 솔 광장 지하에 지하철 "솔(Sol)" 역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오후부터는 해당 역에는 안전 상의 이유로 정차를 하지 않고 통과합니다. 가까운 다른 곳에서 걸어와야 합니다. 

 

포도 12알이 일년 12개월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고, 종소리 12번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는데, 오래된 풍습이라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애매한 것 같습니다.

 

대략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종소리에 맞춰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기 쉽게 알이 작은 포도를 특별하게 모아 한 해의 마지막 날 (노체비에하 - Nochevieja) 행사용으로 마트에서 팔정도로 널리 퍼져있는 풍습입니다. 

 

조금은 색다른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스페인의 풍습입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솔 광장에서는 볼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도, 모습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스페인이든 한국이든 또는 그 어디에 있든

모두 다가오는 한 해가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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