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모바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다 보니 은행에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이 있어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에 가서 볼 일을 보는데, 옆자리 창구에서 대출에 대해 알아보는 소리가 언뜻 들리더군요. 요즘 담보 대출부터 전세대출까지 대부분의 대출이 막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지요.
은행에 나온 김에 저도 신용대출 형태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싶어 문의를 드렸습니다. 요즘 생활자금 대출이나 이런 형태로의 대출은 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아 문의를 드렸습니다.
직장인이지 묻고, 사업자인지 물으시더군요. 현재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고 있지만, 증빙이 될만한 직장인도, 사업자도 아닌 상태이니 아니라고 답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더 이상의 확인이나 질문도 없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시더군요. 뭐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었는데 단호하게 없다고 하시더군요. ㅠㅠ
알겠다 답하고 나오는데 뭐라 딱히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일했던 나의 과거는 사라지고 바로 지금 현재의 내가 직장인이 아니고 사업자도 아니라는 상태에 따라 뭔가 절대적인 장벽에 막힌 느낌이랄까요. ㅠㅠ 사회적 기준과 잣대로 따질 때, 나는 아무것도 보증해줄 수 없는 존재감이란 느낌이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직장인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닌 사람은 뭔가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좀 우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대출받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오히려 필요하지만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이 고금리의 2 금융권이나 사금융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막상 상황에 처하니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은행을 나왔는데 바람이 굉장히 차더군요. 하필 점심시간이라 주변의 직장인들이 부산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목에 사원증을 걸친 모습을 보며, 나도 예전엔 저 모습이었는데 싶은 생각도 들고, 저때의 나는 어떠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했습니다.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 근처 카페에 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한 잔 시켜 마셨습니다. 뭔가 막힌 듯한 답답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씁쓸한 커피가 당겼습니다. 씁쓸한 커피를 마시다 나중엔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마셨네요.
다 마신 커피잔을 보며, 이런 씁쓸한 감정을 달달함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젠 완연한 가을의 느낌이 나서 계절을 타 그런 것인지,
사회적 존재감 제로를 느낀 기분 저하 탓인지,
조금은 씁쓸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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