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중1입니다. 요 며칠 한 번씩 핸드폰을 보고 난 후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듯 속상한 일이 있다는 말도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냐 물어도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만 궁금증을 참고 넘기고 있습니다. 아마도 친구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창 친구 관계가 예민할 때이니까요.
이것저것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할만한 일은 아닌지 염려도 되고, 한편으론 이런저런 조언을 주고 싶지만,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니 그냥 기다려야 하는 때인가 싶습니다.
사춘기인 지금 시기가 친구와의 관계,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 미래에 대한 걱정 등 여러 감정이 생기는데 그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다루는 연습을 하는 시기라 생각하라고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해주고도 또 다른 한편 속으로는 걱정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떨 때는 아이의 말이나 작은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게 사춘기 자녀를 키운 부모님들이 말하는 어려움인가 싶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를 처음 낳았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30대 중반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기가 우는 게 참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울리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기는 우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말을 할 수 없으니 졸려도 울고, 배고파도 울고, 불편해도 웁니다. 그런데 그때는 아기가 우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랬기에 그때의 저는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고 늘 신경이 예민해져 있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것을 원한 것이지요.
지금의 내가 문득 아기를 처음 돌보던 그때의 나 같은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를 보내며 스스로의 자아상을 만들어가고, 친구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배우고, 그 과정에 불안도 어려움도 있겠지요. 그리고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독립된 자신을 만들어가며 그 과정에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부모 눈에 거슬리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행복하게 웃으며 잘 지내면서 커가는 모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미처 명확하게 나 자신이 인지하지 못했더라고 그런 제 생각이 아이가 조금 다운된 모습을 보이거나, 조금은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투를 하면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가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지금의 이 과정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제가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믿고 기다려줘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이 한 번 들었다 해도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면 실행은 또 쉽지 않겠지요. 답답하기도 서운하기도 화가 나기도 할 테지요.
그럼에도 자꾸 되새기며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엄마가 늘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믿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지금의 혼란이 커나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 스스로를 알아가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다는 제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깊게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한 마디가 아이 마음 한 편에 남아 언젠가 그 말이 마음속으로 전달되어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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