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약 한 달 전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한다고 하면서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눈높이 맞추는데 필요하다는 요구였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친구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지요. 처음엔 정말 그렇게 많이 할까 싶은 마음도 들고,,, 소설미디어의 문제점도 많이 아는 터라 쉽사리 허락의 말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진중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언제까지 답을 주실 거냐고 묻더군요. 이럴 때만 계획적이고 집요합니다. ㅠㅠ 11월 초였는데 그 달 말까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때 생각되는 문제점과 그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카톡은 사용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관련 프로그램은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카톡은 그나마 친구처럼 연락처를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주를 이루지만, 인스타그램은 팔로우라는 기능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쉽게 이루어지는 방식이지요. 그만큼 네트워크를 넓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손쉽게 연결되고 오픈될 수 있는 환경으로 인해 야기되는 반대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피드라는 형식의 글들이 계속 스크롤에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보다 보면 그냥 빠지기 너무 쉬운 형식입니다. 또한 인스타에 올라오는 순간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게 전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피드들을 보며, 나 외에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좋은 곳에 가고, 비싸고 좋은 음식 먹고, 값비싼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비교를 하기 쉽다고 하지요.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다 활용하기 나름이고, 사용자가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사용하면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피드들을 보며, 자신과 비교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만큼 자기의 생각이 성숙된 다음에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기대와 달리 너무 빠른 시점에 요구를 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지 지인들에게 묻기도 하고, 하물며 북클럽 모임분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하니 너도 해도 괜찮다는 기준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말하듯 많은 친구들이 하고 있기에 소통 채널이 자기는 하나 막혀있다는 말은 사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시대로 가고 있다는 요즘 시대에,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못하도록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환경에 노출이 된다고 해도 스스로 책임감있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세도 연습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뭐 사실 말이 그렇지 아이에게 미움받기 싫은 게 제일 컸을 수 있습니다. ^^
아이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을 것 같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던 걸, 정리해보라고 했더니, 제게 카톡으로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친구들과의 소통이 목적이니 비공개 계정으로 만들겠다.
하루 30분 정도로 시간 제한을 두겠다.
인스타 피드를 보고 '저게 다가 아니지' 하고 생각하는 버릇을 통해 비교하는 마음 갖지 않도록 하겠다.
만일, 비교하는 감정이 들면 엄마와 얘기하고 풀어보겠다는 답을 정리해왔습니다.
과다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시간 제한들 두고,
자기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흔들리는 마음이 들면 저와 이야기 나누겠다는 말을 해주니 고마웠습니다.
결국, 아이의 핸드폰에 인스타그램 설치를 허락해주었습니다. 아마도 친구들을 팔로우하며 인스타 사용 시작을 널리 알렸겠지요.
아이와 인스타 시작 후 초반에는 인스타를 하면서 느끼는 점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올라오는 그림 같은 피드들을 보며 느끼는 점, 시간 관리에 대한 어려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생각이 자라남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편하게 바뀌게 되겠지요.
이렇게 아이는 새로운 곳에 다시 한 발을 내딛고 저 또한 그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해피해피, 저는 전전긍긍인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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