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알머슨 전시회를 보러 가서, 올해가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작가인 에바 알머슨 전시와 함께 마놀로 발데스(MANOLO VALDÉS) 작가의 야외 조각 작품인 라파멜라(La Pamela) 작품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파멜라는 밀집으로 만든 모자로 넓은 챙이 자연스럽게 휘어지면서 멋스러움과 그늘을 만들어주는 모자입니다. 스페인은 워낙 햇빛이 강하기도 해서, 모자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챙이 넓은 파멜라 모자를 쓴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파멜라 모자를 쓴 모습을 형상화한 대형 설치물이 세종문화회관 올라가는 계단 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싱가포르 가든 베이, 뉴욕 보테니컬 가든, 파리 방돔 광장 등 전 세계 유명 장소에 설치되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크기가 꽤 컸는데 사이즈를 보니 385x680x680cm 라고 나옵니다. 안내에는 전시가 6월 말까지로 적혀있었는데 전시가 연장된 모양입니다. 8월 31일까지 전시한다고 변경된 내용이 나옵니다.
홈페이지에 작가를 소개하면서 전시 작품 외에 다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작가는 벨라스케스, 람 브란트, 고야 등 역사 속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많다고 합니다.
아래 작품들이 소개된 작품들인데 가운데 Reina Mariana 작품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squez)의 시녀들(Las Meninas)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합니다.
제가 스페인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드리드 시내 곳곳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 그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뭐지 했었는데 이곳저곳 다양하게 채색된 조형물들이 있는 것을 보고, 의도된 전시인가 보다 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이미지인 데다 색채를 입혀 다양하게 이곳저곳 있다 보니 지나다니다 보게 되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처음 홈페이지에서 Reina Mariana 작품을 보곤, 마드리드 시내 전시되었던 그 작품들의 작가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 프로젝트는 다른 작가인 안토니오 아자토(Antonio Azzato)에 의해 이루어진 전시였습니다.
벨라스케스(Velázquez) 그림을 다년간 연구한 후, 미술관이 아닌 거리로 작품을 가지고 나와 재해석하고자 하였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마드리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작가 본인은 물론 다른 예술가, 음악가, 투우사, 배우 등과 함께 재해석하여 시녀들의 실루엣 위에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작품 시녀들을 통해 예술과 창조성을 가지고 마드리드 도시에 대한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관련 기사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와 의도가 있겠지만, 안토니오 아자토 작가의 인터뷰 내용 기사 중 인상적인 것은 예술 작품을 박물관이 아닌 거리로, 현실로 끌어내고 싶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아이가 저 인형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저것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다.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나중에 직접 보러 가자'라고 부모가 답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인터뷰 내용입니다.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고전이 좀 거리감 있게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인상적인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전 사실 스페인에 살기 전에는 벨라스케스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책에서 고야에 대해서는 배운 기억이 있지만, 제가 기억을 못 하는지, 벨라스케스 작가는 제 기억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작품과 작가들이 영감을 받는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며, 디에고 벨라스케스 작가의 위상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살던 마드리드 외곽 동네에 큰 원형 로터리가 있었는데, 그 로터리 중앙에도 시녀들 그림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크게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교재에도 그림이나 문화에 대한 내용을 소재로 다루는 단원이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대표 작품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야 외에 스페인의 유명 화가에는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squez)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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