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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

초등 고학년 용돈 주기

지금 6학년인 딸아이는 아직 용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봄쯤에 일반 통장을 만들어 주면서, 적금 통장도 하나 같이 만들어 주었고, 한 달에 5천 원 기준으로 일 년 용돈인 6만 원을 일반 통장에 넣어주고, 매월 적금 통장으로 자동 이체가 되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용돈이 이체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매월 약속한 횟수만큼 줄넘기를 하고 달력에 표시를 합니다. 약속한 만큼 못하면 미리 준 용돈에서 뺄 거라고 했더니 지금까지는 약속한 횟수만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용돈이라면 용돈이지만, 일상에서 본인이 직접 쓸 수 있는 게 아닌 상황이라 용돈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있습니다. 

학교를 매일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했으면 용돈 주는 것을 고려했을 텐데, 학교도 거의 안 가고, 혼자 다닐 일이 없으니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이가 다시 학교를 가기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여름 방학 전에는 한 학급의 인원을 반으로 나눠 1/2씩 등교를 했었는데, 학교 수업 방식을 조금 바꿔, 오늘부터는 같은 학급 친구들이 모두 등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을 9월에서야 처음 모두 보게 된 것입니다. ㅠㅠ

아이들도 같은 반 친구들이 다 등교한 것이 남다르게 느껴진 것인지, 짧아도 방학 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그랬는지, 갑자기 학교를 마치고 전화가 왔습니다.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몇몇 친구와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친구가 음료수를 사줬다고 이야기합니다. 

 

놀고 들어오라고 허락을 하며, 친구들과 음료수라도 사 마시려면, 용돈이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 한달에 5천 원을 용돈으로 줄 테니, 친구들과 음료수 사 먹고 하는 건 용돈으로 하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래 약속한 줄넘기 횟수 이외에 추가로 더 하면 조금씩 더 줄 테니 혹 용돈이 부족하면 줄넘기로 감당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아이는 생각지 않았던 용돈에 갑자기 반색이 됩니다. 아직 용돈의 규모나 이런 걸 체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있을 때는 혼자 다닐 일이 거의 없었고, 올 초 한국에 들어오면서는 친구들과 떡볶이 사 먹는 꿈을 야무지게 그렸는데 코로나 19 사태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상황이니,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 딸이, 오늘 나름 처음으로 부모의 픽업과 동행 없이, 친구들과 수다 떨고 편의점 음료수를 먹으며 친구들과 보내는, 상상했던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

 

어찌 보면 참 별거 아닌 당연한 일상인데 많이 늦게 시작되었네요. 

 

이제 5천 원으로 용돈을 쓰다 보면, 물건의 가치, 부족함 이런 것이 좀 더 피부에 와 닿겠지요.

늘 옆에 있어, 용돈 같은 것 필요없던 아이가 이렇게 또 하나씩 커가는구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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