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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보고 느끼기

책] '고립의 시대'를 읽고

고립의 시대

이번 북클럽 책은 '고립의 시대 (The Lonely Century)' (노리나 하츠 지음, 홍정인 옮김)이었습니다.

 

약 5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뒤에 100페이지 정도는 참고한 논문이나 책에 대한 각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 1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 문헌 목차가 포함되어 있을 만큼 굉장히 많은 연구와 책을 참고하고 분석, 정리한 논문 같은 느낌의 책입니다. 여러 인터뷰 내용과 방대한 연구 내용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바로 2주 전에 북클럽에서 읽고 이야기 나눴던 책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이었는데, 생각과 더불어 감성을 많이 건드렸던 책 바로 뒤에 논문 같은 느낌의 책을 읽어 그런지 북클럽 참여 인원 대다수가 읽기 쉽지 않았다는 평을 했습니다. ^^

 

하지만 외로움이란 주제, 외로움이 현시대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왜 사회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전체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차만으로도 내용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장, 지금은 외로운 세기다.

  2장, 죽음에 이르는 병, 외로움

  3장,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

  4장,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5장, 도시는 어떻게 그들을 배재하는가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

  7장, 21세기의 노동은 외롭다.

  8장, 감시 자본주의와 조작된 경제

  9장, 알레사와 섹스 로봇만이 웃게 한다

  10장, 외로움 경제, 접촉하고 연결하라

  11장, 흩어지는 세계를 하나로 모으다

 

개인에 따라 사회적 소외와 외로움이 어떻게 정치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3장도 흥미로울 수 있으며,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인스타그램 사용 허락 등을 고민했었기에,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 부분과 플랫폼 노동 시장, 노동 감시에 대한 이야기, 좋아요와 같은 평점에 영향받는 이야기들을 정리한 7장, 8장도 흥미로웠습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좋아요를 받기 위해 정돈된 나의 모습과 이미지를 올리고, 현실로 돌아와 정돈되고 미화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며 그 괴리에서 오는 자괴감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치료를 받는 것과 최고 40%까지 동일한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또한, 사내 휴게실 (탕비실)이란 공간을 통해 서로 다른 팀의 동료들과 우연히 만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관계를 형성해 나갔던 문화와 각자 재택 또는 플렉시블 테스크 환경을 통해 물리적 화합이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을 통해 야기되는 분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가 일했던 원두커피 머신이 비치된 휴게실이 있던 회사 사무실 환경이 생각나며, 그곳에서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일에 대한 의논도 나누었던 예전이 기억났습니다. 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고, 식사 후 담소 나누고 하던 문화는 이젠 많이 줄었다고는 하던데 지금은 제가 일하지 않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 공부나 운동 등 자기 계발 활동을 하느라 개인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기사는 본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여기 있지만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이지만 혼자다."라는 책 속에 나온 문구가 우리 일상에서 함께 있지만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묵직했습니다.

 

이 책에 '정도의 문제'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거나, 플랫폼 경제를 통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증가한다거나 하는 좋은 점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부정적 행태에 대해 그 정도가 심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좀 더 인간답게, 서로 공감하며 살펴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조금은 천천히 확산될 여러 가지 것들이 빠르게 확산된 부분이 있다고 보입니다.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해서도 안 되겠지만 조금은 되돌아보며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문구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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