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은 본래 중세시대부터 시장이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펠리페 2세, 3세를 거쳐 건축이 보완되면서 1619년 완성되어 최종적으로 사각형 모양의 대중적 광장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시내 중심에 위치한 광장으로 산이시드로 행사나 크리스마스 마켓 등 여러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역사적 시간이 있는 만큼 주변에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 주변 골목을 다니다 보면, 역사가 오래된 가게들이 많습니다. 가게의 간판이나 느낌만으로도 이 가게가 꽤 전통 있는 가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가게 앞 바닥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가게 앞 바닥에 다음과 같은 표식이 보인다면 그 가게는 마드리드시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통 있는 가게입니다.
기본 100년 이상 되었습니다.
옆에 보이는 표식에는 중간에 BOTIN이라고 적힌 글자를 보실 수 있는데, 이 표식은 "Sobrino de Botín"이라는 레스토랑에 주어진 표식입니다.
제가 스페인어를 배울 때, 마드리드 역사 투어 수업 시간이 있었는데 해당 수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입니다. 사실 바닥을 유심히 보고 다니지 않아 그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투어 다니던 그날 비가 와서 추워 웅크리고 종종거리며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
마요르 광장 주변으로 구경할만한 전통 있는 가게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Sombrereria Medrano 가게는 모자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Sombrerería (솜브레레리아)는 모자가게란 뜻입니다. Medrano는 스페인 성씨 중 하나입니다. 우리로 치면 김씨네 모자가게 정도일 것 같습니다. ^^ 이미지가 작아 잘 안 보일 수 있는데 간판 아래 보면, 1832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대략 190년 정도 된 셈입니다.
Calzados LOBO는 1897년이라고 가게 유리에 적혀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에스파듀라고 부르는 신발을 파는 곳입니다. 스페인어로는 alpargatas (알파가따스) 라고 합니다. 에스빠르또(Esparto) 끈으로 신발 바닥을 만드는 신발입니다. 보통은 납작한 스타일인데 요즘은 굽이 있는 다양한 디자인이 많이 있습니다.
Sobrino de Botín은 레스토랑입니다. 1725년에 오픈한 레스토랑으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Sobrino는 조카란 뜻입니다. 본래 Botín이라는 사람이 가게를 열었는데 나중에 Botín의 조카가 가게를 물려받고 난 후 이름을 Sobrino de Botin (보틴의 조카)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이 레스토랑에 헤밍웨이도 자주 왔었고, 고야도 한때 이곳에서 웨이터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래되고 유명한 곳입니다. 제가 투어를 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l Kinze de Cuchilleros는 이발소입니다. 예전에 저희 할아버지가 반으로 접어지는 면도칼(접으면 칼이 칼집 안으로 쏙 들어가는 형식으로 접으면 길이가 한 10센티 정도 되는 것)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곳이 우리가 오래전 영화에서 보거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 보는 예전 방식 그대로 서비스를 해주는 곳입니다. 신기해서 밖에서 기웃거려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1900년이라는 숫자가 보입니다.
모자나 신발 가게는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하시고 맘에 들면 구매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래된 만큼 시설이 크거나 화려하지 않고, 공간도 협소한 가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전통 있는 가게의 아기자기함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우리는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현대화 및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로 오래된 것들이 많이 없어져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의미 있는 공간들은 잘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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